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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파고 있습니다./안방1열 TV시청 2019. 5. 17. 12:19
<드라마 백설공주(2004)> 백설공주
최초로 결말을 보았으나 결말을 보지 못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그것이 바로 이 <백설공주>! 바야흐로 15년 전, 귀여니를 필두로 하는 인터넷 소설 감성(-_-^)이 활개를 치고 다니던 그 시절,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그 감성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드라마였다. 힐리스를 타던 쪼꾸미에서 귀여니를 사랑하는 멋진 청소년으로 자라난 그 시절의 나였기에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2000년대 중반 드라마의 정석이라 불리는 <풀하우스>나 <쾌걸춘향> 같은 드라마가 아직도 가끔 케이블에서 재방이 되는 것에 비해 <백설공주>는 찾아볼 수가 없었기에 언젠가 다시 봐야지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빠르게 보게 될 줄은 몰랐다. 푹에 옛날 드라마가 업데이트 되었다 하여, <미남이시네요> 볼려고 들어갔다가 없길래 옛날드라마 카테고리를 뒤지다가 발견했기 때문에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다.
벌써 15년 전이라 반가움이 더 컸지만 정확한 내용은 기억 안나고, 최근에도 드라마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흔녀에서 미녀가 되는 스토리였던 것과 김정화와 이완이 함께 살았던 것만 떠올랐다. 연정훈이 나왔던 것도 기억이 안났을 정도니까. 뭐 어쨌든 이 정도의 기본적인 베이스만 가지고 드라마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위에서 말했듯 "촌스러운 스타일링에 흔녀였던 여자가 머리를 펴고 안경을 벗으며 미녀가 되고,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우연히 만나게 된 김정화(마영희 役)와 이완(한선우 役)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마영희의 소꿉친구인 연정훈(한진우 役)은 뒤늦게야 영희를 짝사랑하게 되어 후회 서브남주가 되는 어디서 많이 봐서 벌써 닳아버린 그런 이야기였다.
이름만 봐도 알겠지만 한진우는 한선우의 형이고, 처음에는 영희가 진우를 짝사랑했었다. 드라마에서 이성간의 소꿉친구가 다뤄지는 경우는 단 두가지다. 첫째로 소꿉친구와 잘 되거나, 두번째로 소꿉친구와 엇갈리는 짝사랑을 하거나. 이번에는 후자의 케이스로 다뤄졌다. 소꿉친구 서사 팡인이자 멋진 어른으로 성장한 나는 두번째 케이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 어느 커플도 응원하지 않고 덤덤하게 봤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15년 전의 멋진 청소년이었던 나도 한진우를 응원하진 않았다. 아마 보는 눈이 없었던 15년 전의 청소년에게는 반항아 컨셉의 한선우가 더 멋져 보였을 수 있지만, 그보다 다른 문제가 있다. 극 중 한진우는 사귀던 여자가 있었고, 불륜이든 바람이든 사람이 그러면 안되는거에요. 지금도 그렇지만, 역시 난 어렸을 적부터 멋진 유교걸이었던 거다. 15년 전 자아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내가 생각하기에도 인간과 인간의 도리, 사람과 사람 간의 예의를 지키면 그럴 수 없었던 것이다.
뭐 그 외에도 지금의 관점에서 보기에 너무나 별로인 장면들이 많았지만, 15년전 이야기니 그냥 어쩔 수 없지 하면서 봤다. 외모 컴플렉스가 심각해서 스스로 코르셋을 조이고, 심각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던 오승현(장희원 役)이나 가족에서 벗어나 그저 한선우의 옆에 있고 싶어하는 조윤희(미나꼬 役, 코 아님 꼬 맞음) 등 캐릭터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내가 드라마를 아주 열심히 다 본 것 같지만, 사실 첫 문장에 '결말을 보았으나 결말을 보지 못한 드라마'라고 쓴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귀여니로 단단하게 다져진 나의 항마력은 오글거리는 스토리, 인터넷 소설이나 싸이월드 감성 등 다방면에서 아주 특출나지만 단 한가지 참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심각한 수준의 발연기. 진짜 어지간한 수준이면 참고 넘어갈 수 있는데, 이 드라마는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심각해지고 마지막회에 이르렀을즈음 도저히 참지 못해 마지막회를 앞두고 15회에서 하차해버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 참을 수 있는 만큼 참았다는 것만 기억해주세요. 진심을 다해 전합니다...
어차피 결말이야 뻔할테고, 15년 전의 나는 이 결말을 봤을테니 결말은 본 것도 아니고, 안본 것도 아니다. 드라마 자체는 일본인을 연기하는 풋풋한 조윤희도, 반가운 얼굴 노란 머리의 심형탁도 만날 수 있어서 웃으면서 봤다. 다만! 다만! 누군가 이 드라마를 시작한다면 스토리는 차치하고, 뒤로 갈수록 연기를 보기가 정말 힘들어진다는 것만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제 진심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파고 있습니다. > 안방1열 TV시청'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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