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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플레이스
    파고 있습니다./안방1열 TV시청 2020. 3. 9. 16:29

    <굿플레이스(The Good Place)>

    The Good Place

     

    Welcome!

    Everything is fine.

     

    굿플레이스가 끝났다. 넷플릭스를 결제하고 나서 정말 많은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봤지만 유달리 애착이 가는 작품이 굿플레이스였다. 마지막 시즌은 한 주에 하나씩 뜨기만을 기다리며 말 그대로 존버를 하기도 했으니. 

    굿플레이스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역시 사후 세계가 천국/지옥과 유사하지만 다른 느낌의 굿플레이스와 배드플레이스로 나뉜다는 것. 천주교나 개신교를 믿지는 않지만 예수를 믿어야 천국에 갈 수 있는 것과는 달리,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점수화 되어 계산되고 그에 따라 굿플레이스와 배드플레이스로 갈 수 있다는 것. 굿플레이스에서는 원하는 것을 모두 다 즐기면서 지겹도록 살 수 있다는 점과 배드플레이스에서는 끊임없이 저주와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 기존의 종교관을 격파하는 새로운 면이 있어 더 마음에 들었다.

    약 10편씩 4개의 시리즈나 되다 보니 작품 내에 정말 방대한 스토리를 담고 있었고, 조금 늘어지나? 싶었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결말이 좋아서 인생 작품 중 하나로 남을 것 같다. 처음 굿플레이스에 왔을 때 받았던 가짜 캐릭터와 같은 결말로 나아간다는 것. 사람들에게 베풀고 살았다는 가짜 엘리너의 삶이라거나 명상을 즐기는 승려가 된 제이슨의 삶, 진정으로 타인을 위해 베풀 줄 알게 되는 타하니의 삶. 마지막엔 모두가 그 가짜 모습의 사람이 되어 굿플레이스를 즐기다 떠난다.

    어쩌면 영생(죽음 이후이니 생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을 누리는 결말로 갈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면 오히려 이렇게까지 완벽한 결말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는 끝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승이든 저승이든 한 사람의 생을 시작했으니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고 싶은 만큼, 즐기고 싶었던 것을 즐기고 싶었던 만큼 누리다가 스스로 그 끝을 정할 수 있다는 것. 이승에서는 원하는 만큼 살기가 어려우니 저승에서라도 원하는 끝을 정할 수 있는 점이 더 매력적이었다.

    이 드라마가 여성 캐릭터를 푸는 방식도 좋았다. 사후 세계에 또 다른 방식을 제안한 개척자처럼 등장하는 민디! 역시 큰 일은 여자가 한다! 신과 비슷한 역할인 판사(judge)도 여자! 그렇다! 역시 큰 일은 여자가! 물론 엘리너를 빼고 말할 순 없겠지. 세상을 헤집어 뒤집어 놓는 엘리너,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동참하는 엘리너. 역시 큰 일은 여자! 여자! 여자! 그래도 역시 최애는 재닛이다. 단순히 비서같은 역할을 하는 로봇에서 그치지 않고 생각을 하고, 사랑을 하는 캐릭터로 나아간다는 점이 좋았다. 굿플레이스를 본 이후 재닛 배우 다른 곳에서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넘 예쁘고 연기도 잘함. 특히 배드 재닛할 때가 최고였다.

    엘리너를 보면서 '내가 아니지만 뭔가 나 같다' 하는 생각을 한 적 있다. 내 기준 나는 너무 착하고 유약한 사람이지만 엘리너, 치디, 타하니, 제이슨 그리고 마이클과 재닛이 힘들게 바꿔놓은 사후 세계가 아니었다면 배드플레이스로 직행하지 않았을까. 바로 굿플레이스엔 못가겠지만 미드 플레이스에 가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몇 번의 시험을 거쳐야겠지. 하지만 난 너무 착한 사람이니까 한 번의 시험에 바로 통과하지 않을까.

    어쨌든 굿플레이스는 꽤 잘 되는 시리즈면서도 끝날 때를 알고 박수칠 때 떠났다. 박수칠 때 떠나는 드라마가 아름답게 떠나는 사람들을 끝으로 마무리하다니, 정말 최고다. 나 역시 이승이든 저승이든 어찌되었든 이 캐릭터를 가지고 태어났으니 살아서도 죽어서도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즐길 것들 다 즐기고, 미련이나 아쉬움들 다 털어버리고 아름답게 떠나갈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몇백 제러미베러미 후에 우주 먼지로 돌아가더라도 미련없이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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