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호치 2021. 6. 7. 16:38

<전직고수(The King's Avatar)>

 

<전직고수(The King's Avatar)>

원래 메인 사진은 1장인데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니까 2장

全职高手(2019)

 

전직고수, 이것은 몇날며칠을 각오하고 쓰는 글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길게 쓰지 못하고 헛소리만 늘어놓을 예정. 반시밀당반시상 글을 보면 알겠지만 시작은 고한우였다. 고한우 필모깨기(라고 해봤자 한국에 들어온 것은 2개뿐)를 해보겠다고 야심차게 전직고수를 튼 것이 화근이었다. 화근, 재앙의 근원. 바로 내 일상을 부숴버린 재앙의 근원이다. 정말 단숨에 내가 사랑하는 중화권 작품 양대산맥으로 떠올라버렸다. tmi지만 다른 하나는 상견니임

전직고수와 초면은 아니었다. 치아문단순적소미호에서도 어김없이 서브커플(루양-린징샤오)에 빠져든 나는 당연히 각각 배우들에 대해 검색해 보았고 그 때 루양역을 맡았던 손녕에 대해서도 검색해 봤던 것이다. 사실 왕재미가 넘 예뻐서 검색해 봤다가 타고 들어간 것이지만. 그 때 전직고수란 작품이 있는 걸 알았고 난 겜알못이기도 하고,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기에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었던 것이다. 아오 그 때라도 봤어야 했는데.

누구 한 명에 꽂혀야 필모깨기를 들어가는 나이기에 한우에게 꽂혔던 것은 어쩌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전고의 길로 인도하였으니. 뭔 내용인지도 모르고 그저 넷플릭스의 2-3줄짜리 소개만 읽고 시작하기엔 매우 장편이었으나 '빈센조가 90분 편성에 20편이면 1800분인데, 전직고수가 40분 길이에 40편이면 1600분... 그리 길지 않네?'라는 드덕식 사고를 거듭하여 부담없이 재생 버튼을 누르게 되었다. 사실 1600분이면 26시간을 훌쩍 넘는다. 진짜 오타쿠같네.

전국민이 사랑하는 게임 글로리(룽야오) 리그의 대표이자 1위 게임팀 자스(가세)의 주장이자 글로리의 전설적인 게이머 예추이자 예슈(엽추이자 엽수)는 팀 운영진의 압박으로 강제 은퇴를 당하게 되고, 우연하게 들어간 씽신PC방에서 새로운 겜생 그리고 인생을 시작하는 내용이다. 글로리라는 게임은 물론, 게임 팀 운영, 리그 구성 등 다양한 내용이 나온다.

 

게임 팀과 관련해서라곤 LoL밖에 모르고, 그 마저도 비즈니스로 몇 번 만난 적이 있어서 업무 관련 일 이외에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내가! 이런 드라마에 빠지게 될 줄이야. 하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게임도 아니고, 드라마에 등장하는 게임과 리그에 대해 게임 자체를 잘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해 주기 때문에 부담 없이 볼 수 있었다. 물론, 빠진 이유의 8할은 양양 얼굴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예추이자 예슈는 자신이 10년간 키워온 일엽지추라는 게임 속 캐릭터를 버리고 아니 강제 이전을 당하고, 군막소라는 새로운 캐릭터로 어릴 적 함께 프로 선수의 꿈을 꾸었던 친구 쑤무추를 떠올리며 프로 리그에서 볼 수 없었던 독보적인 캐릭터를 키워간다. 게임 속 20개의 직업 중 일엽지추는 전투법사라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군막소의 직업인 산인은 20개의 직업군이 가진 다양한 능력을 낮은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게 특징이다. 작품에서 조금 모호하게 나와서 직업으로 표현하긴 했는데, 사실상 직업을 선택하지 않은 것에 가깝다. 근데 글로리 먼치킨인 우리 예추이자 예슈.... (귀찮으니 예슈로 통일한다)가 정말 능력을 낮은 수준으로 쓰겠어요? 그는 먼치킨 캐릭터이자 따쉔(大神, 게임의 신)... 예슈는 어릴 적 친구가 만들었던 천기산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전직(全职, 모든 직업)의 고수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전직고수!

예슈는 다양한 상황에서,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팀원들을 만나 씽신(兴欣, 흥흔)이라는 새로운 팀을 꾸려간다. PC방 사장이자 씽신의 사장 겸 매니저가 되는 천궈, 천궈의 친구 탕러우, 게임에서 우연히 만난 바오룽싱, 타팀 후배였던 차오이판, 글로리판에서 유명한 분석가 뤄지, 한탕 하려고 들어왔다가 씽신팀의 우정과 의리에 눌러앉게 되는 안원이, 죽지 않는 노장 모판 등등이 모여든다. 물론 모여든다기 보다는 예슈가 끼워넣는 거나 다름없지만. 전체적으로는 게임 팀에 대한 내용이지만 각 캐릭터들의 성장이 드러난다. 여러가지 이유로 방황하던, 사회에서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고립되었던 인물들이 서로에 대해 끈끈한 의리와 믿음을 자랑하는 씽신이라는 팀에 들어오게 되면서 다른 사람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특히, 차오이판이 인상적이었는데 차오이판은 프로 게임팀(웨이차오)에 들어갈 정도로 실력도 있고 노력도 열심히 하지만 잘못된 캐릭터 선택으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고, 게임팀에서도 1군이 되지 못한 채 자리가 위태한 캐릭터다. 그런 차오이판이 예슈를 만나 지금까지 해온 캐릭터를 버리고, 새로운 캐릭터로 다시 시작하게 되는데 새로운 캐릭터와 게임 속 직업으로 새출발한다는 점에서 예슈와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예슈와 차오이판을 보며 이 일이 맞는가 매번 생각하지만, 결국 쌓아둔 경력을 포기하지 못하고 이직을 선택한 내 모습이 떠올랐다.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더 이 직업이 맞는가 고민해야 할까. 얼마나 비겁한 선택을 거듭할까. 나는 아마 차오이판이나 예슈 같은 용기는 없을 것 같다.

성장 서사는 팀원들 뿐만이 아니다. 예추라는 가명을 사용하고, 경기 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게임이나 팀 관련 행사에 불참하며 자신을 숨기던 예슈가 더이상 가족에게 숨고 싶지 않고, 미안함을 갖지 않게 되었을 때 진짜 자신을 드러내게 된다.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예슈가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드러내게 되었을 때 공감을 많이 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 게임을 도와달라고 하는 장면 역시 내 기억들이 겹쳐져서 더 감정이입을 했는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바라던 것과 다른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 항상 죄책감과 잘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많은 공감을 했나보다.

그렇게 만나게 된 씽신팀 멤버들은 물론 사이가 좋지만, 서로에게 하지 못한 말을 조금씩 담아두고 커가게 된다. 물론 그렇게 내재된 문제들은 항상 위태함을 안겨주는데,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기둥인 예슈가 부재할 때 경기에 패배하게 되고 쌓여왔던 앙금이 터진다. 전형적인 드라마 클리셰 룰을 따라 (그래서 너무 사랑한다) 자신이 얼마나 글로리를, 씽신이라는 팀을 좋아하고 원하는 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된다. 특히 여기서 내가 이 드라마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인 '씽신팀 군막소입니다' 장면이 나오는데 글로만 써도 또 뽕이 차오른다. 눈물 주륵.

 

너무 좋아하는 장면이니까 캡쳐도 끼워줌


이 외에도 다양한 사연들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는 할아버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와 갈등의 연장선이긴 한데, 예슈가 E스포츠를 하는걸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 사람이 할아버지였다. 타지에 내보낸 손자가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전화할 때마다 지낼 곳은 구했는지 물어보는 장면은 정말 감정이 있다면 눈물이 안나올수가 없음 내가 예슈였으면 들을 때마다 울었다. 물론 그 때의 예슈는 애긔였으니까 몰랐을 수 있지만. 할아버지를 게임 신으로 만들어 준 효자 손주... 또 생각하니 눈물이 또륵이네 요즘 아주 눈물이랑 술만 늘었어.

점점 글이 길어지지만 쑤무추와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천재 개발자와 천재 게이머. 둘의 이야기가 바로 글로리 그 자체란 말입니다. 멘탈이 많이 힘들었을 때 친구와 달렸던 오토바이 게임을 달리는 장면은 진짜 너무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다. 너무 힘들고, 친구가 만든 장비가 망가졌을 때는 깨지 못하고 멈춰있던 그 기록을 새로운 사람들과 다시 한 번 천기산을 만들어냈을 때 깨는 장면은 정말 완벽 그 자체. 특히 연출이 미쳤어요. 어린 쑤무추와 다 큰 예슈 나오는 장면 정말 하나같이 최고임. 군막소 서사의 완성. 친구의 유산에서 나아가 새로운 유산을 만들어가는 것까지 이래서 전직고수엔 인생이 담겨있다 이 말입니다. 아 시 겠 어 요?

 

씽신팀 뿐만 아니라 자스, 웨이차오, 란위, 바투 등 다양한 팀이 등장하지만 씽신팀 다음으론 역시 란위팀 아니겠습니까. 제가 이 드라마를 어떻게 보게 되었는데요. 고한우 보려다가 이렇게 되었는데요? 한우가 스마트한 란위팀 팀장으로 나오는데 노력캐인 것은 물론이고 예슈에 대한 경쟁심, 게임에 대한 사랑, 팀에 대한 사랑이 다 느껴지는 멤버라 너무 마음에 들었다. 란위팀의 귀염둥이 성가신 밤비소리 황샤오텐과의 찰떡 궁합도 귀여운 포인트. 특히 황샤오텐이 모판이랑 경기하고 나서 어디 못가게 하려고 콜라 잔뜩 종류별로 사들고 오는 장면은 내가 꼽는 란위팀 명장면 중 하나다. 황샤오텐은 더러운입이지만 너무 사랑둥이임. 위원저우(고한우 캐릭터)가 괴롭히면서도 아끼는 멤버인 이유가 있음.

 

란위팀 (팀별 포스터 있는 것도 좋아)


그건 그렇고 솔직히 내가 자스 운영진이었으면 뒤집어 엎었다... 누가 봐도 존잘이잖아요? 실력 개똥이라도 얼굴 하나로 이미 팬덤 휩쓸고 다녔을텐데, 맨날 꽁꽁 감추고 실력으로 승부하던 애가 자기가 차린 팀 가서 얼굴 공개한다? 이건 뭐 상도덕이 없는거지. 근데 상도덕 없어도 되는 실력이긴 함. 하지만 그 실력에 얼굴이 더해졌다는게 애진즉 알려졌다면? 미쳤지. 미친거지. 그런 기회를 놓친 자스는 바보야! 나였으면 실수한 척하며 얼굴 은근슬쩍이라도 보이게 흘렸다... 고소미 먹어도 얼굴은 영원하기 때문. 솔직히 일엽지추 캐릭터만 봐도 존잘각임. 3D가 이미 입모양+턱선부터 저렇게 생겼는데 4D가 못생겼을 리가 없음. 당연함. 양양임.

그러고보면 나는 스포츠를 보는 것'만' 좋아한다. 타고나길 경쟁심이 없지만, 자극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스포츠가 재미 없을리가.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올림픽도 좋아하고, 축구도 야구도 오직 보는 것만 좋아했나보다. 물론 운동 신경도 없지만. 사실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스토브리그에 그렇게 과몰입했던 내가 e스포츠 드라마를 안좋아한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더구나 전직고수는 OST며 스토리며 뽕이 차오르게 하는 뭔가가 있다. 특히 짜릿하게 경기에서 우승했을 때는 정말... 내 팀이 이긴 것 같고... 네 저 TEAM XINGXIN임 아무도 못말리셈. 특히 양양이 이기고 나서 씩 웃었을 때 심장이 폭파됨. 그래서 내 팀 같나봄. 잘생긴 팀 우리 팀.

전직고수2가 나온다는데 양양이 안나올까봐 손이 덜덜 떨리고 발이 매일 탭댄스를 춘다. 예슈를 양양이 아니면 대체 누가 할 수 있단 말이야. 그래도 전직고수 다음 시즌 볼 생각에 벌써 심장이 떨리는 나.. 삐빅 진성입니다. 러브 스토리 클리셰를 사랑하고, 로맨틱 코미디를 사랑하는 나지만 전직고수는 러브라인이 없어서 더 아름다운 작품이다. 러브라인 나왔으면 예슈 내꺼라고 울부짖느라 제대로 보지도 못헀을 것임. 당연함. 예슈는 내꺼임. 그럼 다들 전직고수 보세요! 근데 예슈는 내꺼임.

 

사심1. 군막소와 예슈
사심2. 일엽지추의 복룡상천
사심3. 잘생긴 양양 얼굴
사심4. 또 잘생긴 양양 얼굴
사심5. 최고의 조합 최고의 장면 나의 예슈와 나의 위원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