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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만 N년째:초련료나마다년

짱호치 2021. 6. 4. 17:54

<첫사랑만 N년째:초련료나마다년>

初恋了那么多年 (2020)

 

중화권 드라마를 오래 보다보니 점차 눈에 익은 배우들도 생기고, 덕질까진 아니더라도 선호하거나 믿고 보는 배우가 생기게 되는데 오늘은 그 중 한 명인 왕이륜이 나오는 '첫사랑만 N년째:초련료나다마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마포가이 왕이륜이 출연한 작품 중 초식립정아애니도 반시밀당반시상도 꽤 재밌게 보았기에 왕이륜이 나오는 로코는 다 괜찮은 편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시청을 결심했다.

대략적인 스토리는 고등학생 시절 친구 사이였던 옌커와 슝이판은 대학교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교내 미남으로 소문난 옌커는 스타일이 확 달라진 슝이판을 알아보지 못한다. 체육을 전공한 슝이판은 짧은 머리와 넘치는 파워로 골목대장으로 살아왔지만,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옌커와 같은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머리도 기르고 스타일도 확 바꾸게 된다. 옌커는 그런 슝이판을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와 너무 닮은 모습에 혼란스러워 하다 같은 사람인 걸 알게되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내용이다. 

딱 스토리라인만 봐도 각이 나오지 않는가? 내가 좋아할 내용이라는게. 항상 리뷰를 쓰다보면 하는 말이지만 클리셰가 클리셰인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커피프린스1호점, 미남이시네요, 아름다운 그대에게 등 죽지도 않고 때되면 등장하는 남장여자 소재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다 맛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드라마에선 직접적으로 남장을 하진 않지만 옌커는 슝이판의 외적인 모습만 보고 남자 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거기다 피아노치는 도도 조신남 남주와 짱 힘쎈 동네 골목대장 여주라니 먹힐 수 밖에 없는 조합! 하오츠! 남주의 꿈을 가장 먼저 응원해 주는 사람이 여주라는 것도 언제나 먹히는 전개다.

옌커는 슝이판이 여자라는 걸 알자마자 뒤돌아볼 것도 없이 직진만 하는 왕직진남인데 특히 띠지에 고백 적어놓고, 여주한테 차인 줄 알고 우울해하는 장면이 너무 귀엽다. 잠깐 슬퍼했으나 바로 극복하는 왕직진남. (얼굴이 되니까 계속 직진해도 됨) 더구나 슝이판 하는 걸 보면 옌커 좋아하는거 눈치 못채면 바보인 수준이니까. 다만, 우연히 그 띠지를 발견하는게 아니라 결국 옌커가 그걸 꺼내들고 설명하는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원래 고난과 역경, 흔들림이 있을 때 그런걸 발견하고 진짜 마음을 확인해야 하는게 국룰인데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클리셰 비틀기인가. 하지만 옌커가 슝이판에게 어떻게 빠지게 되는 지, 어떻게 둘이 친해졌는지, 둘 사이의 추억이나 마음 등을 충분히 풀어줘서 꽤 설득력있게 잘 만들어진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브 중독자에게 서브커플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데 언제나 그렇듯 여주의 친구인 딩밍이 서브 커플로 등장한다. 딩밍은 여주를 좋아하는 바이위쩌라는 나쁜놈에게 빠지게 되는데 모든 등장인물을 커플로 엮어주는 중드답게 마지막에는 바이위쩌와 딩밍이 잘 되게 된다. 이건 스포라고 할 수도 없는게 둘 서사가 이미 엮일 수 밖에 없는 서사로 나옴. 이 서사 제대로 안하면 나 화냈을 것. 우리 딩밍이 하고싶은거 다 해! 바이위쩌는 나쁜 놈이지만 딩밍이가 좋다면 언니는 응원한다!

조금 특이했던 점은 중간중간 출연진에게 인터뷰를 하는 듯한 연출이다. 마지막에 하나의 인터뷰로 정리되는데,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특이하면서도 웹드 같은 아기자기함이 살아나는 연출이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또 40분 24부작으로 중드 치고는 짧은 편이고 (심지어 이전 이야기를 엄청 오래 보여준다), 두 사람의 적당한 과거와 적당한 썸, 적당한 연애와, 적당한 미래가 나와서 길이가 딱 좋았다. 더 길었으면 썸이나 연애가 더 늘어져서 지루해졌을 수도. 내용도 괜찮고 가볍게 볼 수 있어서 중드 입문작으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이 드라마로 나는 왕이륜이 선택하는 로코에 대한 신뢰가 꽤 두터워졌다. 다른 작품이 어떤 것이 있는 진 모르겠지만 다른 장르도 한 번 보고싶다는 마음도 든다. 아직 심도 깊은 연기는 어려울 것 같은 연기력이지만 쑥쑥 성장해서 좋은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