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호치 2019. 9. 16. 11:36

<도둑들(The Thieves)>

 

도둑들 (2012)

 

오랜만에 포스팅한다.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지옥같은 한 달 남짓을 보냈기 때문에 오랜만의 포스팅이지만 뭐 어쩔 수 없다. 이제야 여유가 조금 생겼으니까.

추석을 맞아 고향을 내려가는 기차에서 <도둑들>을 봤다. 남들은 이미 다 봤을 <도둑들>을 어쩌다보니 계속 안보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 업데이트가 되었길래 봐야지, 봐야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혈육이 이번에 명절 내려가는 기차에서 봤는데 재밌었다고 하길래 나도 관람을 결심하고 실천에 옮겼다.

의도치않게 아침 6시에 출발하는 기차를 끊어버리는 바람에(사실 끊은 것도 아니라 남은 좌석이 6시밖에 없었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비몽사몽한 상태로 기차에 올랐지만 어지간히 피곤하지 않으면 교통수단에서 잠을 잘 못자는 나이기에 도착할 때까지 다 볼 수 있었다. 물론 영화가 재미있기도 했다. 

사실 도둑질하는 이야기라는 것과 마카오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만 알고 봤는데 보는 내내 전지현이 너무 아름다워서 저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김혜수도 말할 것도 없고. 새삼 참 배우 라인업이 대단하다 싶었다. 그러고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별에서 온 그대'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는데 글을 쓰다가 문득 둘이 같은 작품을 했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드라마를 먼저 봐서 그런가? 어쨌든 배우는 참 대단해.

줄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 케이퍼 무비를 좋아하기도 하고, 뒷통수에 뒷통수를 계속 치는 스토리를 좋아하는 편이라 흥미진진하게 봤다. 누구 하나 연기를 못하는 사람이 없어서 더욱 쫀득한 느낌으로 볼 수 있었다. 배경도 익숙한 마카오라서 더 친근감이 느껴졌고.

몇 번의 마카오 방문에서 매번 '여기가 그 <도둑들>에서 전지현이 벽을 타던 호텔이잖아'를 들었고, 얼마전에 마카오 여행을 위해 COD(City Of Dreams)를 예약할 때도 '여기가 그 <도둑들> 호텔이잖아' 해놓고서 혈육도 나도 영화는 안보고 있었다는게 유머. 심지어 'THE COUNTDOWN(구 크라운호텔)'에 묵으면서 음 전지현이 여기 벽을 타고 올라간건가 해놓고도 영화를 안보고 있었다. (이 정도면 호텔에서라도 볼 법 한데)

그래서 한 가지 좋았던 점은 영화 장소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었다. 마침 올해 두 번이나 더 다녀오기도 했고. 물론 VIP를 위한 공간이야 내가 가본 적도 없고 평생 가볼 일도 없어서 모르겠지만. 호텔이나 호텔에서 보는 베네시안뷰, 도로 추격씬, 페리터미널까지 사소한 장면들이 익숙해서 괜히 영화가 진짜같은 느낌이 더욱 살아났다.

마카오가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많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호텔을 배경으로 하는 것은 별로 없고, 마카오의 엄청난 메리트 중 하나가 호텔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드라마 <궁>을 촬영한 꼴로안 빌리지는 조용하고 아늑한 느낌이지만 호텔이 몰려있는 타이파 지구는 특히나 밤에 더욱 반짝반짝하는 느낌이라 큰 화면으로 보면 더 좋았을 것이다.

심지어 또 다른 배경은 홍콩과 부산이었는데, 홍콩은 내가 안가봐서 모르겠고(어째 마카오는 몇 번이나 가봤는데 홍콩은 한 번도 안가봤다) 부산은 마침 나의 기차가 향하는 곳이었기에 더욱 특별했다. 중앙동 길거리나 부산데파트 같은 곳들은 또 너무 익숙해서 재밌었고. 아는 장소들이 많이 나오니 갑자기 왜 여기가 나와? 이전 장면부터 여기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고... 하는 장면들이 있기도 했지만 그보다 큰 매력이 현실같은 느낌이었다. 이래서 영화를 보기 전과 후에 촬영지로 놀러가는 것이구나. 

 

뭐 어쨌든 아직 <도둑들>을 안 본 사람이라면 마카오에서나 마카오를 가는 비행기에서 영화를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어차피 비행시간도 긴데 할 일도 없잖아요. 아 마카오 가고싶다.